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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9 Tech

[Forward Thinking] 일상으로 올 휴머노이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본 아티클은 KAIST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움직임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안정적으로 걷거나 뛰는 것만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춤과 쿵푸, 사람에게도 어려운 아크로바틱한 동작까지 선보이고 있습니다. 걷고, 뛰고, 균형을 잡고, 복잡한 자세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분명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KAIST 기계공학과에서 보행 로봇과 휴머노이드 제어를 연구해온 박해원 교수 역시 최근 휴머노이드의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이 영역에서도 다음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여러 움직임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다루는 것, 그리고 그 움직임을 실제 환경과 작업으로 연결하는 것이 다음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일을 수행하는 것은 잘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물체를 잡고, 옮기고 조작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은 또 다른 연구 영역에 가깝습니다. 가정과 생활공간으로 들어올 로봇을 생각하면, 이 차이는 중요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로봇의 움직임은 어떻게 실제 작업 능력이 되고, 그 작업은 어떻게 사람의 공간 안에서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요. 박해원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기술적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특정 동작에서 범용 운동지능으로

박 교수는 현재 로봇 제어 연구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로 '동작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꼽습니다. 강화학습 기반 제어 연구에서는 특정 동작이나 제한된 태스크를 중심으로 제어기를 훈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걷기, 뛰기, 춤추기와 같은 동작을 각각 별도의 제어기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앞으로는 여러 동작을 하나의 큰 모델 안에서 이해하고 조합하는 방향이 중요해집니다. 사람이 상황에 따라 걷고, 멈추고, 방향을 바꾸고, 필요하면 뛰거나 몸을 낮추듯, 로봇도 다양한 움직임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특정 동작에만 최적화된 제어기가 아니라, 여러 움직임을 하나의 모델 안에서 이해하고 조합하는 운동지능입니다. 동작에서도 파운데이션 모델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로봇이 여러 동작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다룰 수 있게 하는 연구와 더불어, 주변 환경을 더 풍부하게 이해해 동작 제어에 반영하려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행도 단순히 다리를 움직이는 문제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계단을 오를 때도 높이나 거리 같은 기하학적 정보뿐 아니라, 색, 끝선, 바닥의 재질, 미끄러움, 밟아도 되는지 여부 같은 시각적·의미적 단서를 함께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정보가 동작 제어와 결합될 때, 로봇은 낯선 환경에서도 상황에 맞게 움직이고 다양한 조건에 대응하는 운동지능을 갖춰갈 수 있습니다.

운동지능과 작업 능력의 차이

휴머노이드가 실제 환경에서 일하려면 운동지능과 작업 능력이 함께 높은 수준으로 구현되어야 합니다. 안정적으로 걷고 균형을 잡는 것은 물론, 주변의 물체를 인식하고 잡고 옮기며 목적에 맞게 조작할 수 있어야 실제 환경에서 유용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생활공간의 물건은 형태와 재질, 놓인 위치가 제각각이고, 빨래처럼 다루기 까다로운 물체도 많습니다.

작업 능력은 팔과 손을 잘 움직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물체와의 접촉을 이해하고, 힘을 조절하며, 어떤 순서로 움직일지 판단하는 과정이 함께 필요합니다. 실패했을 때 다시 시도하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실제 환경의 작업은 무거운 물체를 옮기거나, 문손잡이를 돌리고, 카트를 밀면서 걷는 것처럼 보행과 조작이 동시에 얽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휴머노이드 연구는 범용 운동지능을 고도화하는 것과 함께, 매니퓰레이션, 환경 이해, 데이터, 하드웨어 내구성 같은 과제도 함께 다뤄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하는 로봇은 잘 움직이는 로봇을 넘어, 물체와 환경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안정적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시스템에 가까워집니다.

생활공간에서 달라지는 기준

휴머노이드가 실제 환경으로 나아갈수록 연구의 기준도 더욱 다양해집니다. 제한된 실험 환경에서는 개별 동작의 성능이 중요했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같은 일을 얼마나 오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수행하는지도 중요합니다.

특히 공장과 사무실, 빌딩, 가정처럼 사람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서는 속도나 역동성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액추에이터와 센서, 전선, 소프트웨어, 메모리, 발열, 배터리 등 여러 요소가 로봇의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줍니다. 작은 접촉 불량이나 소프트웨어 오류도 장시간 운용에서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박 교수는 로봇이 오래 사용되는 단계로 갈수록 이런 현실적인 운용 조건 또한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로봇이 잘 걷는 단계를 지나 오래 일하는 단계로 가면, 배터리 문제나 열 관리 같은 조건들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실제 작업 능력은 움직임 자체뿐 아니라 그 움직임을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와도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오래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며,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 실제 서비스 로봇으로 나아갈수록 이런 기준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형태를 넘어 남는 기술들

그렇다면 휴머노이드는 언젠가 가정에도 들어오게 될까요. 박 교수는 우리가 상상해온 여러 기술이 시간이 지나 현실이 됐듯, 가정용 로봇 역시 언젠가는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다만 가정에서 쓰이는 모든 로봇이 반드시 사람과 같은 형태일 필요는 없습니다. 해결하려는 문제와 작업의 특성에 따라 더 적합한 형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빨래를 개는 로봇을 생각해보면, 꼭 돌아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바스켓에 빨래를 넣으면 알아서 접고 정리해주는 로봇이라면 한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충분하죠. 다만 그 안에 필요한 매니퓰레이션 기술이나 부드러운 물체를 다루고 접는 기술은, 휴머노이드 연구가 발전하면서 함께 축적된 기술일 수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연구가 남기는 것은 ‘휴머노이드’라는 형태 그 자체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다양한 물체를 다루고, 움직임을 실제 작업으로 연결하며, 사람의 생활 환경 안에서 안전하게 작동하기 위한 기술들이 함께 축적되고 있습니다.

▶︎ KAIST 기계공학과에서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해원 교수는 동적 로봇 제어 분야를 연구해온 로봇 공학자입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하운드(HOUND)’는 100m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웠고, 자체 개발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선보이며 휴머노이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로보틱스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Science Robotics』의 과학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습니다.

▶︎ Forward Thinking 시리즈는 AI, 로봇 등 이 시대 주요 기술 트렌드를 중심으로 네이버랩스와 함께하는 뛰어난 연구자들의 지식과 화두를 담아 온라인에서 비정기적으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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